[칼럼] 태권도 활동가의 시선 | 무늬만 공모제 – 점수를 숨긴 공모제는 검증이 어려운 공모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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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미지: 익명 태권도 활동가 기고 칼럼 |
무늬만 공모제 – 점수를 숨긴 공모제는 검증이 어려운 공모제다
국기원은 2025년 12월 23일, 세계태권도연수원(WTA)을 이끌 연수부원장을 공개모집 방식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국기원 역사상 가장 진일보한 인사 절차처럼 보인다. 100점 만점의 정량평가, 다섯 개의 평가 항목, 심사위원들의 평균 점수로 후보자를 선정한다는 구조는 누가 보아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제도의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공개자료 기준으로 볼 때, 국기원이 국민과 태권도인들에게 제공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선임 결과는 공지됐지만, 후보자 명단이나 심사위원별 점수, 항목별 평가 결과 등 공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료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공개모집이라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공개 절차 또한 외부에서 충분히 확인되기 어렵다. 우리는 결국 “연수부원장이 선임되었다”는 결과를 중심으로 상황을 접했을 뿐이다. 이것이 공개모집의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공정한 경쟁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도 가능했을 것이다. 누가 어떤 항목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왜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공모제를 기대한 태권도인과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강화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러한 정보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공식적으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선임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점수와 평가 근거가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외부에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한, 이번 선임이 실제로 어떤 평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외부 검증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평가 제도의 신뢰성을 외부에서 확인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수부원장 선임은 단순한 보직 인사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이는 국기원장이 강조해 온 ‘개혁’이 실제 인사 시스템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연수부원장은 국기원의 교육 철학과 국제 연수 정책, 지도자 양성 체계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이 자리를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선임하느냐는 국기원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임 과정에서는 공개모집이라는 형식과 달리, 결과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자료들이 충분히 공개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형식은 갖췄지만, 실질적인 검증 가능성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인사가 개혁의 출발점으로서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국기원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능력 있는 인재들이 국기원의 주요 보직에 지원하는 데 신중해질 수 있고, 공모제 자체에 대한 기대 역시 낮아질 수 있다. 공모제는 경쟁을 통해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비교와 검증이 어렵다면 그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기 어렵다.
공모제의 핵심은 결과 그 자체보다 과정의 비교 가능성과 설명 가능성에 있다. 누가 왜 선택되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와 수치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이 부족한 선임은 공정성 논란을 낳을 수 있고, 검증이 어려운 과정은 개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국기원은 지금, 평가 점수와 근거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 공정성을 입증할 것인지, 아니면 제한된 정보 공개를 유지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의 본산이다. 그 인사 시스템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선언보다 절차와 기록, 데이터가 중요하다. 국제 사회는 말이 아니라 자료로 공정성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인사 과정의 투명성은 더욱 중요하다.
점수 공개는 공격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국기원이 스스로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후보자의 항목별 점수와 총점, 순위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 공모를 둘러싼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검증 자료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연수부원장 선임은 국기원 개혁 논의 과정에서 하나의 논쟁적 사례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공모라는 형식은 있었지만, 비교와 검증이 충분히 허용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기원은 지금, 진정한 개혁의 문 앞에 서 있다. 그 문을 여는 열쇠는 결국 과정과 점수의 투명성에 있다.
[고지]
본 칼럼은 익명의 태권도 활동가가 기고한 의견·비평 칼럼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위법·부정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으며, 국기원이 공개한 자료의 범위 내에서 제기된 공익적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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